[읽기 쉬운 마가복음강해]#17. 4:35-41. "폭풍을 잠잠케 하시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이 갈릴리 바다에서 폭풍을 잠잠케 하시는 내용입니다. 우선 우리는 그 당시 유대인들이 바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유대민족은 유목민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바다와는 별 상관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바다는 북쪽 페니키아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은 바다가 어두운 악의 세력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악의 세력은 하나님의 선한 창조와 그분의 백성, 그분의 목적을 파멸시키려고 위협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니엘서 같은 책에 보면 바다에는 괴물들이 살았다고 묘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35-37, “ 그날 저물 때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니 그들이 무리를 떠나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가매 다른 배들도 함께하더니 큰 광풍이 일어나며 물결이 부딪혀 배에 들어와 배에 가득하게 되었더라”갈릴리는 오늘에도 서쪽 해안 주차장에는 운전자들에게 바람이 세게 일 때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표지판이 있다고 합니다. 갈릴리 바다는 순식간에 파도가 높아지는데 높이 치는 파도는 안전해 보이는 해안에 주차된 자동차를 덮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예수님 일행은 그런 파도를 만난 것 같습니다. 제자들은 갈릴리 어부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이 힘들어하는 정도였다면 아마도 굉장한 광풍이 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을 따라온 다른 배들도 심각한 상태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을 따르다 보면 심한 광풍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을 마가는 넌지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말씀인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세상 권세에 물 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할 수도 있고 각종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4:38, “예수께서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더니 제자들이 깨우며 이르되 선생님이여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아니하시나이까 하니”본문은 구약성경에서 여러 가지 떠오르는 말씀입니다. 우선 요나가 생각납니다. 요나는 하나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정반대 방향으로 배를 타고 갔습니다. 그때 큰 폭풍이 일었고 요나가 시키는 대로 선원들이 그를 갑판 밖으로 던진 후에야 바다는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집트를 탈출할 때 하나님이 바다에 길을 내셔서 그곳을 지나간 이스라엘 백성을 생각나게 합니다. 아니면 더 먼 과거로 거슬러 가서 창조 이야기를 생각해 보세요, 하나님의 질서가, 하나님의 새 세상이, 어두운 태고의 바다로부터 올라왔습니다. 시편은 요동치는 바다를 다스리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은 거칠고 위협적인 파도를 향해 잠잠하라고 명령하십니다(65:7, 89:9). 이 책을 읽는 유대인 독자들은 바다라고 하면 구약성경에서 이런 것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4:39-40,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본문은 위급 상황에서 구조 받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폭풍에서 구해 주시는 이 장면은, 앞의 본문에서 비유가 그림 언어로 보여 준 것을 구체적 상황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하나님의 주권적 능력이 발휘했다는 것을, 다시 말해 임박한 하나님 나라를 보여 준 것입니다. 물론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 나라가 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능력은 태초에 이 세상을 만들 때 발휘되었던 능력과 같습니다. 이 능력이 이제 예수님 안에 머물면서 그분을 통해 발휘되었던 것입니다. 다니엘 7장에서 바다에서 올라온 괴물들이 “인자와 같은 이”에 의해 결국에는 도망가는 것처럼, 여기서도 예수님은 하나님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하며 혼돈의 세력을 물리치신 것입니다.
배가 곧 가라앉아 다 같이 수장당할 판인데 예수님이 태연히 잠을 자는 것을 본 제자들은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도리어 “어찌 믿음이 없느냐”고 나무라십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척 중요한 말씀입니다. 우리들은 예수님을 따르지만 삶에서 바람과 폭풍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악의 세력은 십자가와 빈 무덤에 꺾였지만, 자신의 목적을 상실해서 화가 난 사람처럼 우리들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의 지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다치기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마가의 첫 독자들은 아마도 우리보다 훨씬 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겁에 질려 있는 그 배 위의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공감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를 향한 마가의 초대인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을 깨우라, 두려움과 분노 가운데 예수님께 기도하라, 잦아드는 폭풍을 뒤로하고 예수님이 우리들을 보면서 도대체 언제쯤 제대로 믿을 것이냐고 물으시더라도 당황하지 말라. 제자들도 그랬다. 이것이 성화의 과정인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생활인 것입니다.
이 시간 나는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