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마가복음강해]#9. 2:23-28. "안식일 논쟁"
신약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바리새인들은 주전 142년 하스몬 왕조 때 왕의 대제사장 겸직을 반대하던 압력 단체였다고 합니다. 사두개인들은 그 반대로 제정겸직을 찬성한 무리라고 합니다. 이후 이 두 집단과의 관계는 서로 권력을 잡기 위해서 대립하는 관계로 예수님 당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바리새인들은 자발적 단체로서, 법을 만들거나 시행할 권한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이스라엘 조상의 율법과 전통에 대한 그들의 전문성을 존경했다고 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예수님과 바리새인들과의 안식일 논쟁을 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2:23-24, “안식일에 예수께서 밀밭 사이로 지니가실새 그 제자들이 길을 열며 이삭을 자르니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말하되 보시오 저희가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까”유대인들의 율법에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배려가 특별했다고 합니다. 즉 가난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밀밭에 들어가 손으로 얼마든지 밀을 잘라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배가 고파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낫을 대어 베는 것은 도둑질에 해당되었습니다. 적어도 남의 밀밭에 들어가 먹을 때는 양심껏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먹으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밀을 추수하지 못하게 규칙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배가 고파서 남의 밀밭에 들어가 손으로 밀을 잘라먹었습니다. 이것은 결코 죄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 날이 안식일이었던 것입니다. 안식일에는 밀을 추수해서는 안 되는데 추수를 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예수님 일행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바리새인들이 이렇게나 감시를 했을까요? 그러나 예수님 일행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예수님이 하시는 일과 암묵적인 주장들 때문에 이목을 끌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안식일 준수는 물론 십계명의 명령으로, 예언자들과 이후 유대교 가르침에서도 강조한 계명입니다. 안식일 준수는 오랜 세월 동안 유대인과 이웃 이방인을 구별해 준 관습이자,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임을 상기시켜 주는 요소였던 것입니다. 안식일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호의를 얻기 위해 지킨 특이한 도덕 명령이 아니었습니다. 안식일은 그들의 참 하나님. 이 세상의 창조주이시며 일곱째 날에 스스로 쉬신 하나님께 속했음을 보여 주는 표시였습니다. 오늘날 예루살렘 일부 지역에서 바리새파 후손들이 그 지역 사람들이 제대로 안식일을 지키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것처럼, 예수님 당시에도 일부 바리새인들은 최소한 지도자 후보생과 새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만큼은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을 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은,
2:25-26, “예수께서 이르시되 다윗이 자기와 및 함께한 자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시장할 때에 한 일을 읽지 못하였느냐 그가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 제사장 외에는 먹어서는 안 되는 전설병을 먹고 함께한 자들에게도 주지 아니하였느냐”물론 여기서 다윗이 어긴 것은 안식일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다른 율법을 어겼을 뿐입니다. 다윗이 사울에게 도망칠 때 배가 굉장히 주린 상태였습니다. 그리하여 성전에 도망쳐 갔는데 음식이 제사장 외에는 먹을 수 없는 성전의 거룩한 떡만 있었던 것입니다. 다윗은 율법을 어기고 그 떡을 먹고 자기 동료들에게도 주었다는 것입니다. 즉 율법은 굶는 자에게 율법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 율법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죽여 가면서 율법을 지키는 것은 참된 율법의 정신이 아닌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이 하시는 사역 중 하나가 율법의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본문의 숨은 뜻에는 강력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전통 방식으로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인하시지 않지만, 특별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성경의 선례를 제시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다윗왕에 비교하신 것입니다. 당시 다윗왕은 이미 사무엘에게 기름 부음을 받았지만 왕위에 오르지 못한 상태로 지지자를 모으며 자신의 때가 올 때까지 도망을 다니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지금 하시는 주장은 상당히 위험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실 때 하나님의 임명을 받은 참 왕이지만 아직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왕위에 등극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이나 자기 사람들이 배가 고플 때 일반 규칙을 어길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씀하시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무심결에 혹은 고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왕이 여기에 오셨고 그 나라가 오고 있다는 표지이며, 또한 옛 창조가 활동을 멈출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새 창조가 벌써 옛 세계를 뚫고 들어온다는 표지인 것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인자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2:27-28, “또 이르시되 안식일은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하나님이 주신 율법은 사람들을 위해서 주어진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예수님은 자신이 인자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그 당시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든 말씀일 것입니다. 이 말은 안식일과 예수님의 권위에 대한 종합적인 논평을 마가는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가복음에서 ‘인자’라는 말이 본문에서 두 번째로 나옵니다(2:10). 문맥상 여기에서는 이 말의 여러 의미 중에 특히 하나를 더 강조하는데 바로 1세기 유대인들이 다니엘 7장에서 보았던 메시아상입니다. 그 메시아가 오셔서 왕위에 오르는 것은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말씀은 그저 아무 인간이나 다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메시아 즉 참된 인간의 대변자가 인간을 억압할 수도 있는 제도에 대한 권위를 가진다는 뜻인 것입니다.
마가가 본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의 행동과 그 행동에 대한 설명은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새날이 밝아 오고 있고, 그날에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주신 율법조차도 새롭게 조명하게 될 것이라고 은연중에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가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무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열어 놓은 새 창조의 날을 살아가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인 것입니다. 이 시간 새 창조의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잘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