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마태복음강해]#59. 13:18-23. "씨 뿌리는 비유의 해석"
예수님은 많은 비유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비유는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미로 찾기처럼 단번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비유는 청중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 내도록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청중이 아예 길을 잃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예수님은 지도를 주셔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 방법이 구약의 말씀을 통해서입니다. 실제로 고대 유대교에는 그런 식으로 설명해 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니엘 7장에 좋은 예가 나오는데, 예수님과 제자들이 자주 인용했던 말씀입니다. 아마도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본문이었기 때문에 자주 인용했을 것입니다. 다니엘 7장은 바다에서 괴상한 생물들이 나오는 환상으로 시작되는데, 이 생물이 정죄를 받고 나면 “인자와 같은 이”, 다시 말해서 인간의 모습을 한 어떤 존재가 그 정당성을 입증하는 하늘의 법정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본문을 설명합니다. 네 마리의 짐승은 네 개의 왕국을 상징하고, 인간 모습을 한 존재는 하나님의 백성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구약 성경을 잘 알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비유에 익숙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와 이어서 주어지는 설명도 그와 같은 연장선으로 보면 이해하기가 좋을 것입니다.
우선 제자들에게 씨 뿌리는 비유를 설명을 하기 전에 제자들의 현재 머물고 있는 위치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제자들도 당시 많은 유대인들처럼, 마침내 하나님이 그분의 나라가 임하게 하실 때는 영광의 불길이 일어나면서 단번에 다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불길은 이스라엘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갈 것입니다. 가는 곳마다 자유와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면서 온 세상이 하나님의 의로운 통치 아래 들어올 때까지 계속 타오를 것이다. 제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비유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나라가 은밀하게 임할 수 있다는 암시는 정말로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가 그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정한 날에 단번에 이루어진다면, 인류 전체가 정죄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회개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하나님은 최종적 행동을 미룰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유대교의 사상에 녹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씀은 예수님의 사역과 초대교회에서 그토록 중요한 주제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사야가 보았던 것처럼, 전파된 말씀은 사람들의 마음과 삶 속으로 들어가 일을 합니다. 어떤 말씀은 사람을 내면에서부터 변화시킵니다. 사람에게 내면의 지도를 주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 모두가 그 말씀을 그런 지도로 사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그 말씀을 듣는 사람 모두가 올바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비유에 대한 해석은 예수님 당시의 상황에 매우 특별하게 적용되는 동시에 오늘날의 기독교 설교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어떤 사람들은 악한 자가 와서 당장 말씀을 빼앗아 가게 내버려 둡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말씀을 듣고도 냉소하고 빈정대는 사람들 일 것입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열정적인 것 같기는 하지만 복음이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 말씀이 정말로 마음에 심겨서 뿌리내린 것이 아니라는 증상을 보여 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말씀을 깊이 받아들이지만, 다른 것들도 마음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내버려 둡니다. 이것은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예, 권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 말씀은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것은 가시덤불처럼 다른 것들이 섬세한 말씀의 줄기를 짓밟아 버리는 것입니다. 이 모든 비유는 마치 미로에 갇혀 헤매고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열매를 맺는 씨에 대한 약속도 있습니다.
13:23,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니 결실하여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육십 배, 어떤 것은 삼십 배가 되느니라 하시더라”이것은 시간이 걸리며 때로는 애써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성경을 그저 한번 흝어 본다거나, 교회나 성경 공부 모임에 가끔 가서 새로운 생각을 하나 알게 되었다고 즐거워하는 정도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말씀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때까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 말씀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땅에서 돌을 골라내야 하고, 가시덤불을 뽑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듣고 이해하게 되면 그다음에 주어지는 약속은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어 직접 열매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5:16)는 우리의 소명과 사명을 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나의 씨는 어디에 뿌려져 있는가를 한 번 점검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