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요한복음강해]#53. 12:37-43. "영광과 눈 멂"
오늘 본문은 이사야서를 인용하면서 예수님을 거부하는 유대인들의 불신앙을 요약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요한은 그동안 독자들에게 새 창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즉 ‘표적’이 쌓여왔던 것입니다. 2장에서 포도주로 변한 물, 4장에서 관리의 아들, 5장에서 병자의 치유, 6장에서 오병이어, 9장에서 날 때부터 눈먼 남자, 그리고 11장에서 나사로의 부활, 그러면서 요한은 예수님이 훨씬 더 많은 ‘표적’을 행하셨다고 넌지시 밝혔고, 나중에 이를 다시 언급할 것입니다(20:30).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이집트에서 모세가 바로와 그의 대신들 앞에서 잇따른 ‘표적’을 행했지만 그들이 믿지 않았던 것과 같은 현상인 것입니다. 성경은 그들이 모세를 믿지 않았던 것은 마음이 굳어진 탓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출애굽기 9-12장이 말하고 있는 내용인 것입니다. 요한은 지금의 유대인들이 마치 그저 수준 낮은 이스라엘 백성 정도가 아니라 바로와 같아졌다고 본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마음이 굳어져 완악하다는 것입니다.
12:37-38, “이렇게 많은 표적을 그들 앞에서 행하셨으나 그를 믿지 아니하니 이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이르되 주여 우리에게서 들은 바를 누가 믿었으며 주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나이까”본문은 이사야 53:1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사야는 메시아에 관한 예언, 곧 ‘고난 받는 종 메시아’에 관한 예언에서 하나님에게서 세움 받은 ‘주의 종’이 이스라엘의 영적 무지와 불신앙의 두꺼운 벽에 부딪치게 될 것을 예언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즉 요한은 예수님이 전하신 복음과 표적을 보고도 이들은 지금 이사야가 예언한 대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요한은 지금 예수님이 이사야가 예언하신 ‘메시아’라고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12:39-40, “그들이 능히 믿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니 곧 이사야가 다시 일렀으되 그들의 눈을 멀게 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으니 이는 그들로 하여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닫고 돌이켜 내게 고침을 받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본문은 이사야서 6:9-10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사야의 예언은 그가 성전에서 본 하나님에 대한 영광스러운 환상이 배경이 되었다고 41절에서 말하고 있습니다(사 6:1-4). 이사야 당시의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거부하고 악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눈을 멀게 하시고 마음을 완악하게 하셨다고 이사야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열 가지 재앙을 내리자 바로왕의 반응과 같은 것입니다. 그들의 눈은 닫혔고, 그들의 마음은 굳었고,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신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죄와 반역에 너무 깊이 빠져서, 이제 하나님께 남은 유일한 길은 심판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 심판을 통해 특별한 새 구원 사역이 등장한다고 말하는 것이 이사야 6장의 핵심인 것입니다.
12:42-43, “그러나 관리 중에도 그를 믿는 자가 많되 바리새인들 때문에 드러나게 말하지 못하니 이는 출교를 당할까 두려워함이라 그들은 사람의 영광을 하나님의 영광보다 더 사랑하였더라”그 당시 출교를 당한다는 것은 지금의 교회에서 출교를 당하는 것과는 상황이 틀린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당시 출교는 곧 공동체에서의 추방을 의미합니다. 유대 공동체는 삶의 전부라고 보아야 합니다. 즉 그곳에서 경제적이고 신앙적인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출교는 곧 광야로 버려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입부 관리들이 예수님을 믿는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들, 즉 바리새인들의 눈치를 보아야 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한은 새 창조가 예수님 안에서 정말 진척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새 출애굽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섯 개의 표적은 곧장 일곱 번째로 이어질 것입니다. 바로 요한복음의 모든 주제가 함축된 십자가에서 죽어 가는 한 남자가 온 세상이 볼 수 있도록 들어 올려져, 눈을 뜨게 하고 굳은 마음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부드럽게 만드는 한 남자의 모습을 역사에 영원히 각인시키는 그 순간인 것입니다. 그때 죽음의 어두움에서 벗어나 하나님은 온 세상에 자유의 빛을 주실 것입니다. 이것이 일곱 번째 표적인 것이자 가장 중요한 표적인 것입니다.
요한은 지금 우리들에게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해 새 출애굽을 할 수 있도록 우리들에게 길을 열어 놓으셨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자기 삶을 살기가 바빠서, 아니면 하나님의 영광보다는 세상 사람들의 영광을 더 사랑하고 있어서 새로운 출애굽의 길을 놓치고 있지나 않은지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간 나는 진정한 새로운 출애굽 백성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