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강해

[읽기 쉬운 요한복음강해]#77. 19:17-24. "유대인의 왕"

이헌교 2023. 5. 29. 14:46

 

예수님이 죽음을 향해 가시는 동안, 우리는 다시 한번 요한이 전했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가야바가 백성들을 위해 한 사람이 죽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11:49-50), 그리스 사람 몇이 예수님을 찾아왔을 때, 예수님이 그들의 요청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자기가 “땅에서 들려 올라갈”때 자기에게로 “모든 사람을···이끌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때(12:32), 베드로가 예수님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겠다고 장담했을 때, 예수님은 그에게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것이냐고 부드럽게 질문하셨을 때(13:37-38), 요한이 전했던 말을 종합하여 생각해 봄으로써 오늘 본문을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19:17-18, “그들이 예수를 맡으매 예수께서 자기의 십자가를 지시고 해골(히브리 말로 골고다)이라 하는 곳에 나가시니 그들이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을새 다른 두 사람도 그와 함께 좌우편에 못 박으니 예수는 가운데 있더라”그 당시 십자가형은 세로는 그 처형장에 박혀 있었고 가로만 죄수가 지고 갔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로 걸어가시는 것은 마치 이삭이 번제에 쓸 나무를 지고 모리아 산에 걸어가는 모습을 상기시킵니다(창 22:6). 아마도 가운데는 바라바가 못 박힐 자리였지만 예수님이 그 자리에 못 박히신 것은 그가 “범죄자 중의 하나로 헤아림을 입고”(사 53:12)란 예언처럼 속죄 행위에 있어서 중심적이 역할을 하실 것임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두 행악자들과의 대화도 생략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눅 23:29-43).

 19:19-20, “빌라도가 폐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이니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 기록되었더라 예수께서 못 박히신 곳이 성에서 가까운 고로 많은 유대인이 이 패를 읽는데 히브리와 로마와 헬라 말로 기록되었더라”빌라도가 예수님에게 달은 명패는 세 가지 언어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이 언어들은 그 당시 세 가지 주요 언어였다고 합니다. 히브리어(아마 아람어일 것이다)는 지역 언어였다고 합니다. 헬라어는 오늘날 영어처럼 만국 공용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라틴어는 로마 제국의 공식 언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한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제 예수님이 온 세상에 이스라엘의 메시아로 선포되었다는 것입니다.

 19:21-22, “유대인의 대제사장들이 빌라도에게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라 쓰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 하니 빌라도가 대답하되 내가 쓸 것은 썼다 하니라”대제사장들은 빌라도에게 화가 났을 것입니다. 빌라도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이 유대인의 왕이라고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연히 빌라도는 지금 대제사장일행들이 자신을 고발한다는 암시에 대한 보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명패를 적을 권한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19:23-24, “군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의 옷을 취하여 네 깃에 나눠 각각 한 깃씩 얻고 속옷도 취하니 이 속옷은 호지 아니하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라 군인들이 서로 말하되 이것을 찢지 말고 누가 얻나 제비 뽑자 하니 이는 성경에 옷을 제비 뽑나이다 한 것을 응하게 하려 함이러라 군인들은 이런 일을 하고”사형수의 물건은 그것을 집행하는 자들의 몫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미 겉옷을 넷으로 나누어 가졌지만 속옷은 통으로 짠 것이었으므로 제비를 뽑아야 했습니다. 이것은 구약성경의 예언(시 22:18)을 이루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실밥이 없도록 짜야만 했던 대제사장의 에봇을 생각나게 합니다(출 28:31-32). 이처럼 예수님은 완전한 제물을 드리는 대제사장으로서 죄인 된 우리를 위해 자신의 생명과 옷, 한 방울의 피까지 다 희생하셨다고 요한은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세상은 절망적 곤경에서 구출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한 분이신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신 메시아임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메시아가 평범한 범죄자나 혁명분자로 처형된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요한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바로 이때 일어날 그분의 처형을 통해서란 것입니다. 왕이신 그분은 또한 고난 받는 의인에 대한 성경의 특별한 예언을 성취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분 안에서 이스라엘의 고난은 절정에 이르고, 그분의 시련과 죽음을 통해서 악은 기운을 잃고,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경의 예언 중에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시편 22편이었다고 합니다. 이 시편은 끔찍한 고난을 길게 설명하면서, 고난 받는 이가 벌거벗겨진 다음, 사람들이 자기 옷을 놓고 도박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더한 수모를 당하는 공포를 묘사합니다. 요한은 십자가 밑에서 도박 장면을 짧게 묘사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이 시편으로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은 예언과 기록된 찬양과 성취이시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고난 받는 의인이시다. 그분은 참 왕이시다. 그분은 치욕스러운 죽음을 통해 이스라엘의 무거운 죄, 그 배후에 있는 온 세상의 죄를 해결하는 분이시다. 유대인의 왕은, 세상을 통치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구속하도록 하나님이 선택하신 대표자라고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 것입니다.

 이 시간 나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써의 삶을 잘 살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