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창세기강해]#35. 11:10-26. "아브라함의 등장"
오늘 본문은 하나님이 택하신 혈통의 계승을 보여 주는 셈에서 아브라함까지의 계보에 대한 내용입니다. 성경에는 수많은 족보들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족보들은 흔히 무의미한 이름의 나열처럼 보임으로써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가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족보들은 성경의 구속 역사가 끊임없이 계속 진행되어 왔음과 인류의 시작과 끝이 하나님께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기록된 것으로 성경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본문도 바로 그러한 족보들 중의 하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본문은 바벨탑 사건으로 인한 인류의 분산 이후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는 셈의 후손들, 그 중에서도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아 선민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는 아브라함의 가정의 내력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창세기 전반부에는 크게 볼 때 3:16-24, 5:1-32, 10:1-32, 11:10-22 등 4개의 족보 기록이 있습니다. 이중 가인 계열의 족보를 기록한 3:16-24과 노아의 세 아들들을 통한 종족과 민족의 분화를 기록한 10:1-32절은 택한 혈통과 여타 혈통의 구별을 보여 주는 데 주안점이 있습니다. 반면 세 계통의 족보만을 따로 보여 주는 5:1-32과 노아의 세 아들 중에서도 셈 계통의 족보를 보여 주는 11:10-32절은 태초 아담의 때부터 아브라함의 때에 이르기까지 하나님께서 택한 백성의 혈통을 계속 따로 구별하시고 또 보호해 오셨음을 보여 주는데 주안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의 족보는 좁은 의미에서는 5:1-32절의 족보와 직접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이 합하여 구약 선민 이스라엘이라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구원 역사의 전개를 위하여 따로 구별하여 택하신 백성의 혈통이 태초 아담에서부터 시작하여 구약 선민 이스라엘 민족의 최초의 직계 조상인 아브라함의 때까지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로 계속 이어져 내려왔음을 증언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11:10, “셈의 족보는 이러하니라 셈은 백 세 곧 홍수 후 이년에 아르박삿 낳았고”본절부터 26절까지는 이미 10:21-31에서 언급된 바 있는 셈의 족보를 다시 한번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름’, ‘명성’이란 뜻을 지니는 ‘셈’이 구속사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기 위한 것입니다. 즉 앞서 10:21-31에서는 셈의 후손들이 어떤 인종이며 어느 곳을 중심으로 정착했는지를 보여 주는 반면 본절 이하에는 셈의 후손 가운데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등장함을 밝힘으로써 9:26에서 예언된 바 있는 ‘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라리로다’란 노아의 예언이 하나님의 정교하신 섭리에 따라 진행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11:14-15, “셀라는 삼십 세에 에벨을 낳았고 에벨을 낳은 후에 사백삼 년을 지내며 자녀를 낳았으며”10:24에는 셀라가 단지 에벨만을 낳은 것처럼 묘사되어 있으나 본절은 셀라는 에벨 외에 다른 아들들과 딸들도 낳았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그 아들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였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성경이 모든 것을 기록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인류 구속의 역사에 있어 꼭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기록하여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는 매 인물이 소개될 때마다 ‘낳았고 낳았으며’라는 표현이 거듭거듭 반복되고 있는 반면, ‘죽었다’는 표현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본문의 족보에 나오는 인물들이 죽지 않았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성경에서는 에녹(5:24)과 엘리야(왕하 2:11)를 제외하고 죽지 않은 자는 아무도 없다고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죽었다’는 표현이 없고 ‘낳았다’는 표현만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낳았다’는 말이 생명의 끊임없이 진행되어짐을 시사해 주기 때문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당신의 구속 역사를 이끌어 가시기 위해 택한 백성들은 비록 죄로 말미암아 죽음으로써 그 생명을 다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대신할 새로운 인물을 구속 역사의 중추적 인물로 택하여 그를 통해 구속 역사를 이끌어 가심으로 당신의 구속 역사가 한순간의 단절됨도 없이 완성을 향해 진행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11:26, “데라는 칠십 세에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더라”드디어 구약 시대 구속사의 주역이 될 이스라엘 민족의 직계 조상인 아브라함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으로 이름이 바뀌어지기(17:5) 이전의 원래 이름인 ‘아브람’은 ‘아비’(잠 13:6), ‘조상’(4:20)이란 의미가 있는 ‘아브’와 ‘높다’, ‘일어나다’등의 뜻이 있는 ‘름’의 합성어로서 ‘높은 아버지’ 혹은 ‘존귀한 아버지’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이름은 후에 ‘열국의 아비’란 의미를 지니는 ‘아브라함’으로 그 이름이 바뀌어집니다(17:5). 그러나 ‘아브람’이란 이름 가운데도 하나님으로부터 택함 받은 위대한 민족의 조상이며 이스라엘 신앙의 인물로 추앙받게 될 그의 역사적 지위가 암시되어 있습니다.
본문의 족보를 보면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300세 전후를 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의 사람들의 수명에 비해 무려 3~5배 이상 긴 것입니다. 그런데 5장에서 홍수 사건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의 수명을 보면 900세 전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본문의 족보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홍수 이전의 사람들에 비해 삼분의 일에 불과한 생(生)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성경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홍수 사건이나 바벨탑 사건이 발생한 원인은 바로 인간의 죄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수명이 단축된 것 역시 인간이 하나님을 거슬러 범죄 했기 때문이라고 성경 저자는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죄악된 인간이 오래 살면 살수록 그 죄악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는 바 인간의 수명을 단축함으로 죄의 기승을 막고자 하셨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잠언에서는 “여호와를 경외하면 장수하느니라 그러나 악인의 수명은 짧아지느니라”(잠 10:27)고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죄가 인간의 생명을 해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죄의 문제가 해결되면 영원히 살게 될 것을 시사해 주는 것입니다. 이 죄를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대속을 통해 그를 믿는 자마다 죄에 구원하셨다는 것을 믿는 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인 것입니다. 이에 바울은 로마서 5:17, “한 사람의 범죄로 인하여 사망이 그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왕노릇 하였은즉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이 한 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명 안에서 왕노릇 하리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간 나는 과연 생명 안에서 왕노릇을 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