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마가복음강해]#28. 7:14-23.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2023. 7. 26. 16:11마가복음강해

 

최근의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 사회나 문화의 정결 규칙은 그 사회가 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즉 어떤 사회가 침입 위협을 느끼면 정결 규칙을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과 그것을 알아볼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이 정말로 마땅한 규범이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중동 지역 유대인들은 오랫동안 이방 민족에 둘러싸여서 문화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이교주의의 침입을 받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적 상징이라는 강력한 언어로 “우리는 유대인이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너희처럼 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정결 규칙을 강화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당시의 유명한 순교자 이야기 중에는, 유대인들이 더러운 음식, 특히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한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본문을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7:14-16, “무리를 다시 불러 이르시되 너희는 다 내 말을 듣고 깨달으라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하시고”예수님은 지금 비유로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하면 바리새인들이나 그 당시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나라의 영웅들이 잘못된 대의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이 나라의 순교자들은 헛되이 죽었다고 말한다면 바리새인들과 무리들은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래서 예수님은 비유로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문을 현재의 많은 독자들은 요점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 종교와 철학은 플라톤 때부터 물질세계를 악하고 영적 세계는 선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즉 ‘이원론’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그런 식으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예수님은 음식은 중요하지 않고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면 우리는 “외적인 것(물질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고, 내적이고 영적인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해합니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것은 적절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 말씀을 듣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들 또한 예수님의 비유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마가는 말하고 있습니다(17절).

 7:18-19,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도 이렇게 깨달음이 없느냐 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느냐 이는 마음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배로 들어가 뒤로 나감이니라 이러므로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시니라”마가는 지금 독자들에게 “모든 음식은 깨끗하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정결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에 대한 유대인의 옛 율법, 이제 이론적으로는 같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대인과 이방인을 나누던 그 율법이, 이제는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대 교회는 이 문제들이 바울의 편지를 통해 얼마나 큰 문제였는지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마가 또한 이 문제를 언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문의 요점은 예수님이 구약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정결법을 무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일어난 일이 구약 성경, 즉 이스라엘과의 언약 전체를 새로운 완성이자 새로운 성취로 이끌었다는 강력한 인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즉 성경은 정결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정결을 가리키는 이정표로 규칙을 세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정표가 아닌 실제를 제시하십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정표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쓸모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 몫을 다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7:20-23,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적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질투와 비방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예수님은 본문에서 선하거나 악하거나 외적이고 물질적인 행동은 내적이고 영적인 근원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인간의 오염된 동기가 정결법이 말하는 진짜 문제라고 말씀하시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안에 음란과 도적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질투가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외적이고 물리적인 율법을 지키면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의 의무를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한다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과 논쟁을 하고 계십니다. 바리새인들이 생각하는 하나님 나라와 예수님이 생각하는 하나님 나라는 서로 달랐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하나님 나라는 누구든지 회개하고 믿기만 하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은 정결법을 적용하는 방식에 반대하셔야 했던 것입니다. 즉 율법은 이정표고 예수님 자신이 목적지란 말씀입니다. 그러나 초대교회가 구약성경을 이런 식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구약성경을 영원한 규칙으로 보지 않고, 예수님을 가리키는 이야기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성경이 지금까지 지향해 온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절정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해하고 여전히 성경에 충실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시간 나는 성경을 통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